2024. 04. 05.,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2.

만나야 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고 들었어요

2024. 04. 01.,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나 쉬어도 열심히 연구해요. 이번 랩미팅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목요일 금요일 이틀 휴가 내놓고 한 것도 없는 사람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고나 할까요. 비록 휴가 기간 동안 노트북은 챙겨가지 않았지만 논문 6편을 뽑아서 다녔고 나름 다 훑어보긴 했습니다. 이런 논문도 찾아봤다고 장황하게 풀어놓았습니다. 이번주는 잘 넘어간 것 같아요.

2024. 04. 01.,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폭짜를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하늘을 제대로 읽지 못해 미뤄둔 저번주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미팅 말미에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다들 가자고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요즘은 다들 피자를 시키던데 우리는 짜장면을 시켰습니다. 처음으로 폭짜를 하는 역사적인 순간인데 전통을 따라야하지 않겠어요. 홍운반점에서 주문한 짜장면이 너무 늦게 왔지만 덕분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는 사진을 찍자고 졸랐어요. 랩에서 어리광 부리기 담당인데 다들 오냐오냐 잘 받아주셔서 다행입니다.

고어라운드에서 학생들끼리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동기 분이 코드를 어떻게 예쁘게 짤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아지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른 사람과 협업할 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어요. 저번주에 슬랙 디엠으로 ‘클린 코드’를 빌려달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오늘 아침에 책을 전달해드렸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언제는 집중이 잘 되었냐 물어본다면 이유를 이유를 예쁜 척 붙일 수 있는 계절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연구를 하는 대신 학회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항공권을 찾아보고 호텔을 알아봤습니다. 어떤 식으로 비용을 처리하면 될지 확신이 없어서 결제는 내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집중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요즘은 도킹 스테이션을 사려는데 비싸서 고민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대충 USB 허브 정도로 예산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macOS는 MST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USB 규격의 허브로는 듀얼 모니터를 운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고로 썬더볼트를 지원하는 도킹 스테이션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비싸진 가격에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썬더볼트 단자가 2개 이상인 도킹 스테이션을 사야겠다는 기준만 세워둔 채로 내일의 나에게 선택을 미뤘습니다.

학식을 먹고 침대에 누웠는데 새벽 1시에 눈을 떴습니다. 공부나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마저 잤습니다. 수면 패턴 망가질까봐.

개운하게 일어났습니다. 14시간을 내리 잤으니까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나는 느끼지 못했는데 몸이 많이 피곤했던 것 같습니다.

수업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썬더볼트 독을 찾아봤습니다. 어제 생각해둔 조건에 DP나 HDMI 단자가 하나는 있으면 좋겠다는 기호를 추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저 크로마 독이 사고 싶었는데 화면 단자가 없어서 탈락시켰습니다. 벨킨은 조건에 맞는 독이 썬더볼트3이라서 포기했습니다. 곧 썬더볼트5 제품들이 나올 예정이라. 칼디짓 제품들은 예쁜 줄 몰랐는데 보다보니 예쁘더라고요. 하지만 가격이 예쁘지 못해서 탈락시켰습니다. 결국 아트뮤 제품만 남게 되었습니다. 결정은 하였으나 비싼 제품을 바로 결제하지 못하는 병이 있어서 보류하고 있습니다.

저번주 가계부를 정리했습니다. 역시 예산을 초과했더군요. 사실 홈커밍 당일에는 저녁부터 술자리까지 모두 얻어먹어서 얼마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포항에서 더 많이 썼더라고요. 반성해야겠습니다. 하지만 도서 문화 진흥에 일조했는데 봐주지 않으시겠어요?

연구실에서 쓸 장비를 300만원 한도로 살 수 있어서 맥북 옵션을 이것저것 조율해보았습니다. M3 Pro에 1TB SSD 옵션을 붙여서 사고 싶었는데 3,013,000원이더라고요. 1TB 저장공간을 포기했습니다. 1년 뒤 쯤 후회할 것 같긴 한데 아무튼.

폭풍의 언덕에서 연구실 단체 사진 촬영을 가졌습니다. 다른 지도교수님 사단은 사람이 꽤 많아서 괜찮았는데 우리 지도사단은 아직 사람이 많이 없어서 부담스러웠어요. 내년에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는 연구실 단체 폭피가 있었는데 도망쳤습니다. 내향 자아 튀어나온 나에게는 너무 힘든 처사였어요.

법인카드로 맥북을 샀습니다. 법인카드로 항공권은 결제하지 못했습니다. 법인카드로 항공권을 사려면 재직증명서와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대학원생한테 재직증명서를 요구하다니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당황한 상태로 행정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고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2024. 04. 02.,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오래간만에 태우와 함께 러닝을 했습니다. 근 일주일만인 것 같아요. 저번 러닝보다는 천천히 뛰려고 했는데 비슷한 페이스로 뛰어버렸고 태우는 3.5km에서 포기했습니다.

태우 방에서 모션데스크 조립을 도와주고 공부를 했습니다. 학부 고학년 때 들은 전공과목들은 슬라이드만 정리해도 공부가 되는데 기계학습은 다 수학이라 그게 되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슬라이드 정리한다고 점수가 잘 나오는 유형이 아니라고요. 나는 그런거 못한다고요.

10시에 병원 예약이 있어서 일찍 일어났는데 7시에 교수님께 디엠이 와있더라고요. 9시 반에 미팅 가능하냐고. 일찍 일어나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미팅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내 의견은 한마디도 말하지 못했지만 최근 프로젝트가 어떤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한번에 정리해서 들을 수 있었어요.

2024. 04. 03.,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대로 126 1층.

미팅은 금방 끝났습니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고 예약에 크게 늦지 않았어요. 상담을 받고 나니 점심 시간이 애매해졌습니다. 주변에 있던 노브랜드 버거에서 점심을 때웠어요. 저한테는 별로였습니다. 가성비가 좋지 않은데 왜 캐치프레이즈가 ‘와이페이모어’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오늘은 카드를 반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항공권을 결제했습니다. 대학원생은 재학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대요. 사업자등록증 사본도 전달받았습니다. 교수님 세미나를 하는 날이라 강연을 듣고 카드를 전해드렸습니다.

기계학습 슬라이드를 계속 훑어보지만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2024. 04. 03.,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딥러닝 강의실에 들어가며 교탁 옆에 한무더기 쌓여있던 퀴즈 종이를 보았고 나는 패닉했습니다. 퀴즈 볼 타이밍이 아닌데. 최근에 수업 제대로 들은 적이 없는데. 슬라이드 본 적이 없는데. 리터럴리 망했습니다. 0점 받을 것 같아요.

요즘Synthical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논문들을 찾아볼 수 있는 워크스페이스인데 내가 찾아보거나 북마크를 해둔 논문들을 바탕으로 다른 논문들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어요. CS 분야는 특히 논문들이 쏟아져나와서 논문을 찾고 고르는 과정도 어려운데 이런 부분에 들어가는 비용을 많이 줄여주더라고요. 추천을 꽤나 잘 해줘서 괜찮은 논문들을 많이 낚았습니다.

학생회관 가는 길에 동하를 만나서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오늘 카이스트에 대학원 입시 서류를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포항을 떠나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감정은 역시 너무 어려워요.

2024. 04. 04.,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2024. 04. 04.,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화요일에 주문한 도킹 스테이션이 도착했어요. 데스크 셋업을 갈아엎었습니다. 모니터 위치도 바꾸고 선 정리도 했어요. 도킹 스테이션을 배치하고 노트북과 연결했습니다. 작동하지 않았어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재부팅 해보라는 말이 있어서 재부팅을 해보았더니 다행히 연결이 잘 되었습니다. 고장난 건 아니구나 안도하면서 실험도 해볼겸 다시 뽑았다가 꽂아봤습니다. 작동하지 않았어요. 안도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저것 여러 실험을 해보았고 선을 꽂은채로 노트북 전원을 넣어야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맥북이 핫 플러깅을 지원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음은 알고 있었지만 그건 한참 과거의 일 인걸요. 내 노트북 문제인 것 같아서 다음주에 새 맥북이 도착할 때 까지는 참고 살기로 했습니다.

2024. 04. 04.,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배경화면을 고르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써버렸습니다. 신유와 허광한 중에 고민하다가 신유로 결정했습니다. 부담스러운 사진을 고를까 자연스러운 사진을 고를까 하다가 부담스러운 사진을 골랐습니다. 누가 내 모니터 뚫어져라 쳐다볼 것도 아닌데 내 마음에 드는 걸로 해야죠.

2024. 04. 04.,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2024. 04. 04.,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러닝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본 무리지은 꽃들이 예뻤어요.

폭짜 때문에 하지 못한 세미나까지 합쳐서 슬라이드 4개를 다루는 날이었고 역시나 무리였습니다. 3개만 다루게 되었어요. 내가 잘 다루지 않는 분야의 세미나를 듣는 일은 역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세미나가 끝나고는 다같이 학식을 먹었습니다. 1시에 미팅이 있었는데 모르는 척 하다가 식사 막판에 미팅 늦었다고 말했어요. 처음부터 말하면 다들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교수님께는 따로 10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브레인스토밍도 할 겸 잡은 미팅이었는데 미팅을 하면서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디어가 없는게 아니라 내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이었어요. 실험으로 믿음을 만들어야할 시기가 되었음을 직감했습니다.

2024. 04. 05.,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 30.

미팅이 끝나고는 사전투표를 하러 갔습니다. SNS를 살펴보니 투표 인증용지를 미리 뽑아가는게 유행인 것 같아서 급하게 준비했어요. 귀여워보이더라고요. 효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관외 투표를 했습니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바로 투표를 할 수 있었어요. 투표 용지를 받았는데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서 당황했습니다. 내 표가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투표 용지는 세로로 접었고 봉투는 밀봉했어요. 한 표를 행사했다는 사실에 뿌듯해졌습니다. 투표소 앞에서 인증 용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에서 할머니가 귀엽다면서 말을 거셨습니다. 요즘 유행이라고 답했고 닮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디가.

2024. 04. 05.,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2.

날씨가 좋아서 학교로 바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달팽이책방에 갔어요. 책 두 권을 샀습니다. 한 권만 사려고 했는데 괜찮아보이는 친필 사인본이 있길래 그 책도 샀어요. 읽을 책 아직 많은데 계속 사기만 해서 큰일입니다. 이전에 다 읽지 못한 ‘귀신들의 땅’을 마저 읽었습니다. 내용이 흩어져있는 부분이 많아서 나에게는 조금 어려웠지만 다시 읽어보면 더 재밌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4. 04. 05.,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2. 2024. 04. 05.,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2.

요즘 베티베리오가 유행인가요? 착향하는 사람들이 최근에 갑자기 많아진 것 같습니다. 유상운빵집에 갔는데 빵 냄새는 나지 않고 베티베리오 향기만 나서 당황했습니다. 향은 좋아서 나도 다음에 작은 용량으로 하나 들일까 고민 중입니다.

그동안 기계학습 슬라이드를 눈으로 읽기만 했는데 전혀 공부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옮겨 적으면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슬라이드 2개 정도를 정리했습니다. 머리에 들어온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뭔가 결과물이 남아있으니 뿌듯한 감정은 느낄 수 있었어요.

2024. 04. 06.,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이렇게 계속 누워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동아리방에 갔습니다. 컬그가 있었어요. 컬그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름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슬라이드 3개 정도를 정리했고 나는 정말 멍청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미적분을 다 까먹었더라고요. 나를 공대생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약간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2024. 04. 06., 경북 포항시 남구.

러닝을 했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요. 4km만 뛰었습니다.

만나야 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고 들었어요

2024. 03. 31.,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저번주 일요일에는 영화 ‘접속’을 봤습니다. 제목이 어색하진 않았어요. 어릴적 집에 비디오 테이프가 있었거든요. ‘접속’이라고 적혀있는. 한번도 재생해본적은 없었습니다. 갑자기 볼 결심이 들었습니다.

90년대 영화임에도 최근 개봉된 한국 영화들에 크게 뒤지지 않는 미감과 내용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다소 정형적인 구도의 연속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정형적인 것 조차 하지 못하는 영화들이 많다는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으로 여겨질 수 있겠습니다. 우연한 전개를 막기 위한 장치들이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었고 그 가운데 PC통신을 배치해서 영화의 주요 주제를 이끌어갑니다.

PC통신이라는 소재가 시대를 타지 않도록 치밀하게 전개를 짜맞췄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아직도 PC통신의 연장선 상에 있는 시대에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에게 접속하는 행위는 끝도 없이 자연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권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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